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

언어가 사람을 만든다

급식충? ‘급식충’이라는 단어를 요즘에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급식충은 ‘급식’이라는 단어에 벌레 ‘충’자를 붙인 말로 급식을 먹는 벌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급식의 대상이 되는 중고등학생을 비하하는 단어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포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인가? 급식을 공짜로 먹는 것을 비하하면서 동시에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을 멸시하는 용어인 듯한데 이 두가지 사실이 왜 멸시의 대상인지 모르겠다. 무상급식은 우리나라의 정책이고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청소년들은 지금은 미성숙한 사람들이지만 부모의 사랑과 나라의 지원을 받아 일정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를 짊어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보내지 않을망정 급식충이라는 단어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공짜로 국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에 대해 이런식으로 차별하고 비하하는 것은 바르지 못한 일이다.

 ‘맘충’ 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방치하거나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엄마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는 엄마들의 진짜 속사정을 잘모르고 하는 말일 수도 말이며 또한 미숙한 아이들 및 이들의 부모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우리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오죽하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직장생활을 훌룡하게 해내던 여주인공이 결혼 및 출산 그리고 자녀양육으로 사회에서 도태되고 가정에서도 부적응하는 안타까운 내용)가 나왔을까..

 ‘틀딱’이라는 단어도 소름돗는 말이다. 노인의 신체적인 특징을 ‘틀니를 딱딱거린다’를 줄여서 부르는 단어가 아닌가? 이는 노인을 조롱하고 멸시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단어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치아를 젊은 시절처럼 온전한 상태로 관리하기 힘들다. 치아 뿐인가? 신체적으로 점점 기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놀림의 대상이라니!

흑형은 또 어떤가? 흑인 형아의 줄임말인 흑형은 운동을 잘하고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의미에서 생긴 신조어이다. 긍정적인 의미일수 있겠지만 명칭을 듣는 흑인들의 입장에서는 ‘흑형’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의 단어이다. 우리가 백인들을 백형이라 안 부르고 동양인을 황형이라 안 부르듯이 사람을 색깔로 명명하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시선이며 나와 다른 인종은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특정지역을 비하하는 의도로 지칭하는 단어인 홍어, 과메기, 감자바우같은 단어들도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나쁜 단어들의 최고봉들이다.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그곳 출신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다양한 명칭들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퇴보하게 하는 망국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이 길을 통과하여 존재자가 된다.’ 고 말했다. 그의 말에 다르면 우리의 존재는 언어를 통해 드러나게 되며 언어를 통해 존재를 입증하게 된다. 즉 언어는 우리 자신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언어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상태를 알수 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삐뚤어져 있으며 언젠가는 똑같은 단어로 불리우게 될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일상 생활에 공기처럼 만연한 차별의 언어를 삼가고 언어 감수성을 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